프로포폴이 트라우마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로포폴은 병・의원에서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면유도 약물이다. 세계에서 널리 이용되는 마취유도제인 프로포폴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효과는 무엇인지 아래 내용에서 살펴보자.
프로포폴에 대하여
프로포폴은 2018년 프로포폴 개발자에게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하는 라스커상(Lasker Award)을 수여하였는데, 전 세계 환자들의 진통, 고통 경감에 크게 기여했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늦은 나이 난임으로 병원을 다니면서 시험관시술로 임신을 계속 시도중인 사람이다. 매달 난자를 키워 일정 크기로 자라면 채춰를 하게 된다. 이때 프로포폴을 사용해서 수면을 유도한 후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이 있다. 결국 한달의 주기가 취소되지 않는 한 매달 프로포폴을 맞게되는 셈이다.
프로포폴은 한국에서 골칫덩이로 여겨지는 부분도 있다. 특별한 목적없이 상습 투약으로 오・남용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한국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 즉 마약류로 지정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프로포폴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마취유도제로 다른 약물에 비해 진정 효과와 회복이 빠를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적다. 용법과 목적에 맞게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것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필요시 환자들에게 투여되었을 때, 불안과 고통을 느끼지 않고 필요한 시술이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악물이다.
프로포폴 트라우마 기억에 미치는 영향
프로포폴이 트라우마 기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얘기치 못한 순간이나 상황을 경험하며 고통스러운 순간을 평생 기억해 내며 살아갈 때가 있다. 그것은 불행한 사고일 수도 있고, 이별일 수도 있다. 가슴아픈 기억, 치욕스러운 순간, 극도의 분노 등 기억을 통째로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을 경험할 때가 있다.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은 순간순간 다시 떠올라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렇다면 잊고 싶은 기억을 골라서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트라우마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워줄 수 있는 약물이 바로 프로포폴이라고 2019년 3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되었다고 한다.
프로포폴이 어떻게 트라우마 기억을 지워줄 수 있는지 알아보려면 우선 프로포폴이 어떻게 마취 효과를 일으키는지 부터 살펴봐야 한다. 프로포폴은 우리 뇌의 활동을 억제시킨다. 프로포폴은 GABAa 수용체(GABA receptor type A)에 영향을 미쳐서 뇌의 활동성을 억제한다고 한다. 즉, 프로포폴에 의해 GABA 수용체 활성화가 결과적으로 깊은 수준의 진정 효과를 통한 마취를 일으킨다.
강력한 부정적 트라우마 기억일수록 더욱더 단단하게 굳어져 고착될 수밖에 없다고 여겼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오래된 기억은 다시 떠올리는 과정에서 재구성되며, 시간이 지나면 재정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로포폴은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기억을 다시 저장하는 과정과 관련된 해마와 편도체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이 다시 재정립되기 전에 프로포폴을 투약하여, 잠시 떠올려진 나쁜 기억이 다시 저장되지 않는지를 검증했다.
프로포폴이 기억에 미치는 효과 확인
프로포폴에 대한 연구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글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부정적인 글 두 개를 읽게 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 그 중 한 가지 글만 다시 떠올리게 한 다음 바로 프로포폴을 투여받고 마취상태에 빠졌다. 마취에서 깨어난 참가자들은 놀랍게도, 마취 전에 다시 떠올렸던 글에 대한 기억만 낮아졌다고 한다.
재활성화 과정을 통해 다시 떠올렸던 기억만 프로포폴에 의해 손상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왜 나타난 것일까? 프로포폴이 정서적 기억과 관련된 해마와 편도체의 활동을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무리
프로포폴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다.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마취유도제가 오직 부정적인 기억만 골라서 지워줄 수 있는 효과가 있고 상요호가 된다면 당신은 트라우마 기억을 지우기 위해 투여받을 생각이 있는가?
프로포폴의 오・남용과 부작용은 물론 문제가 된다.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에 비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이가 더 늘어났다. 뉴스를 보면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하는 연예인들의 기사를 보게 된다. 그들이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찾게되는 이유도 본능적으로 이 약물의 효과를 느꼈던 것은 아닐까.
필자는 프로포폴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며 난자채취 시술을 받지만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나쁜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사를 접하고 프로포폴이 과학적으로 좀 더 연구되어 큰 부작용 없이 정신이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편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효과를 줄 수 있다면 필자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몸의 병보다 더 무서운 병이 마음의 병이다. 마음이 어지럽고 끊임없이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잠못이루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이들이 없어지지 않을까.